
“안전장치 72개 해제…인재였던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
사고가 일어난 날, 그리고 참사 현장
2025년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 상판에 해당하는 거더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는 작업자 10명이 있었고, 이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경상을 입는 안타까운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안전의 첫 단추, 스크루잭의 역할과 의미
교량 거더는 상판 역할을 하는 중요한 구조이지만, 이를 옮겼을 때에는 잠시 고정해 지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를 담당하는 장치가 ‘스크루잭’이라는 전도방지 장치로, 거더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 구조물을 안전하게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국토부 매뉴얼에 따르면 거더 설치 후 가로보를 올리고 양생을 완료한 뒤 스크루잭을 해체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72개의 안전장치가 사라진 결정적 실수
그러나 조사 결과, 전체 120개의 스크루잭 중 무려 76개가 작업자 편의 등의 이유로 예정된 절차 없이 제거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더욱이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는 72개 중 68개가 이미 해체된 상태였습니다. 거더를 제대로 지지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작업은 자칫 비극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작업계획에 없던 후방 이동, 사고의 또 다른 방아쇠
또한, 거더 설치를 위해 사용된 런처 장비는 안전인증을 받은 ‘전방 이동만 가능한 기계’였습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이 런처는 후방으로 이동하는 작업을 수행했으며, 이는 산업안전 규정을 위반한 것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발주사와 시공사가 이 후방 이동 내용을 포함한 안전관리계획서를 승인하여 작업을 진행했다는 사실입니다






현장 관리 시스템의 붕괴
조사 결과, 현장에서는 기록과 실제 상황의 불일치, 책임자 부재, 미등록 기술자 조작 등의 오류가 복합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작업일지상에 기록된 런처 운전자가 실제 작업에 없었고, 미승인 기술자가 위험한 작업을 수행한 정황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우발 사고가 아닌, 시스템 전반의 총체적 실패였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인재(人災)’로 결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국토교통부 산하 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고를 인재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스크루잭 해체가 거더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었으며, 후방 이동, 관리 부실 등도 사고에 기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사고 이후 국토부는 전도방지 장치 해체 기준을 강화하고 교량공사 표준시방서를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장비 선정과 관리감독 절차도 전문가 참여를 거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인재로 드러난 교량 붕괴의 뼈아픈 교훈
이번 사건은 첫째, 안전장치의 임의 제거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둘째,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기술적·관리적 편의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 셋째, 공공 건설현장의 시스템적 감독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웠습니다. 단 120개 중 76개, 결정적 지점의 68개라는 숫자가 주는 현실은 참담합니다.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책임 있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